6 밥 아카데미 2015-12-29 534
성경배경이야기 5. 유월절 제물 이야기 2


흔히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부활절 설교를 할 때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라는 요한복음의 내용을 자주 인용한다. 실제로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를 ‘유월절 양’으로 표현하고 있다.(요1:29) 그래서 우리는 ‘예수 = 유월절 어린양 = 대속’ 이라는 도식을 연결시켜 유월절에 대속의 설교를 하게 된다. 하지만 유월절 제물은 죄를 속하기 위한 대속 제물이 아니다. 유월절 제물은 ‘죽음의 천사가 그 집 문설주에 발려진 어린양의 피를 보고 넘어감으로 죽음을 보지 않고 생명을 얻었다’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출 12:13) 이것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전 제사법의 관점에서 대속제물을 처리하는 방법과 유월절 제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보면 명확해진다.

 

1. 유월절 어린양과 속죄제물의 다른점

1) 제물의 다른 점

성경에 등장하는 모든 제물은 그 성격에 따라 제물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상번제를 포함한 모든 번제의 제물은 수컷이다. 유대 랍비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를 ‘번제는 그 모두를 태워서 하나님께만 온전히 드린다는 헌신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헌신을 주도할 수 있는 수컷(남성)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번제의 제물은 모두 수컷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죄제물은 조금 다르다. 대제사장 또는 이스라엘 전체 회중이 죄를 범했을 경우는 대표성의 의미가 들어있으므로 수컷이 되지만 일반 백성이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암컷으로 드린다.(레4:28) 그 이유역시 암컷은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인데 속죄제사가 생명을 다시 얻게 하는 의미를 갖는다. 화목제물은 나눔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제물에 있어서 암컷, 수컷, 소, 양, 염소 등등을 가리지 않는다. 히브리적 관점에 의하면 제물이 암컷이든 수컷이든 1년 된 것이나 2년 된 것이든 상관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러나 유월절 제물은 1년 된 수컷이었다. 속죄제물과 유월절 제물은 명백히 다르다.

2) 피뿌림의 다른 점

레위기 4장에 의하면 속죄제물의 피뿌리는 법이 등장한다. 만약 대제사장이나 또는 이스라엘 온 회중이 죄를 범했다면 그 속죄제물의 피는 번제단 뿔이나 또는 휘장과 금향단의 뿔에 발려지게 된다. 반면 유월절 양의 피는 번제단의 단 사면에 뿌려짐으로 번제나 또는 속건제 그리고 화목제의 피뿌림의 방식과 같다. 그래서 유대 랍비들은 유월절 어린양의 피 뿌림은 번제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제사의 속성에 따라 피뿌리는 방법이 다른 것은 성전 제사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속죄제물의 피뿌리는 방법과 유월절 제물의 피뿌리는 방법은 명백히 다르다.

3) 제물의 고기를 처리하는 다른 점

일반적으로 성전의 제사법에서 속죄제물은 제사장들이 속죄제물을 먹음으로 제사가 완성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일반 백성들의 속죄제물은 모두 제사장들이 먹어야 했다. 물론, 대제사장의 속죄제물이나 또는 이스라엘 전체 회중의 속죄제물은 그 고기를 먹지 않고 모두 불에 태웠다. 하지만 일반 백성의 속죄제물은 반드시 제사장이 먹어야 했다. 반면 유월절 어린양의 고기는 속죄제물처럼 성전의 제사장들이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고 모두 제물의 주인에게 돌려주어서 그들이 그 고기를 가져다가 저녁 만찬에서 의식용으로 먹어야 했다.(출 12:8-9) 유월절 제물의 고기를 일반 백성들이 먹여야 했던 흔적은 ‘뼈를 꺾지 않는다’는 유월절 제물의 표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뼈를 꺾는다’는 표현은 제사법에서 ‘각을 뜬다’는 의미로써 제물의 뼈를 꺾으면 그 뼈에서 골수가 흘러나오게 되는데 골수가 묻은 고기는 부정하게 된 것으로 여겨서 먹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유월절 제물의 고기는 사람들이 먹어야 했기 때문에 뼈를 꺾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속죄제물의 고기를 다루는 문제와 유월절 고기를 다루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2. 유월절 어린양의 의미와 예수

유월절 어린양은 그 날 저녁에 죽임을 당함으로 그 피가 문설주에 발려지고 그 피를 본 죽음의 천사가 그 집을 넘어감으로 그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보지 않고 생명을 얻었던 것이 바로 유월절 양의 의미다. 결국 예수를 유월절 양이라고 언급하는 성경 저자들의 의도는 한결같다. 즉, 예수의 피가 발려진 그 집(공동체)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보지 않고 생명을 얻었다는 출애굽의 유월절 사상을 채용한 것이다. 예수의 공동체는 예수의 피가 묻혀진 그 집안에 들어 있는 공동체다. 그러므로 이 집(공동체)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며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속이라고 설교하기 보다는 ‘죽음에서 생명으로’라는 주제로 설교하는 것이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