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밥 아카데미 2015-12-29 487
성경배경이야기 11. 소제 이야기 2


눈물겨운 소제 이야기 II

성전의 제사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하나님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가난한 자를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우시다. 이런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져야만 한다. 이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도 역시 하나님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가난한 자의 속죄제물로써 소제를 받으시는 하나님의 의도와 배려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그 아름다우심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소제를 드리는 일반적 방법

모든 소제를 드릴 때는 일반적으로 레위기 2장 1-4절의 ‘고운가루로 드리는 소제’의 규례를 따른다. 그 순서는 먼저 성전 그릇에 기름을 붓고 고운 가루를 붓는다. 그리고 잘 반죽한다. 그리고 다시 기름을 넣고 그 반죽 한쪽에 유향을 넣는다. 이렇게 잘 반죽된 곡식가루를 제사장에게 가져간다. 제사장은 그 그릇을 받아 번제단의 남서쪽 모서리로 가지고 가서 거기에 그 그릇을 갖다 댄다. 그리고 그 그릇에서 반죽의 한 움큼을 떠낸다. 이렇게 떠낸 한 움큼의 반죽과 유향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고 그것을 가지고 번제단 위로 올라가서 소금을 첨가한 뒤 번제단 불에 넣어 사른다. 그리고 소제의 나머지 반죽은 모든 제사장들에게 주어져서 공평하게 나눠 먹게된다. 이것은 소제를 드리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가난한 자가 가져오는 속죄제물로서의 소제를 드리는 방법은 일반 소제를 드리는 방법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제사장은 일단 가난한 사람의 속죄제물로써의 곡식가루에 기름이나 유향을 넣지 않고 곧바로 한 움큼을 떠낸다. 그리고 그 한 움큼을 다시 다른 그릇에 옮겨 담고 그 그릇을 가지고 곧바로 번제단의 경사면을 오른다. 그리고 번제단의 남동쪽 뿔 곁에 쌓여있는 소금을 넣고 바로 번제단의 타는 불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가난한 자의 속죄제사가 끝이 난다. 즉 소제를 기름으로 반죽하거나 유향을 넣거나 하지 않고 가져온 가루에서 한 움큼을 드러내어 바로 태움으로 모든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신속하게 처리된다. 우리는 위에서 진행되는 소제의 두 가지 측면에서 가난한 자를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경이로우심을 보게 된다.

 

1. 한 움큼만 받는다. - 프티타

하나님은 가난한자의 속죄의 소제 가운데 한 움큼만으로도 그 사람의 죄를 사하신다. 대제사장이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황소를 제물로 도살해야한다. 이스라엘 전체가 죄를 지었을 경우에도 황소를 도살해야한다. 만약 어떤 족장이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숫염소를 도살해야 한다. 일반백성이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암염소나 암양을 도살해야 한다. 만약 이런 일반 백성이 짐승의 암컷에 힘이 미치지 못하면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두 마리를 가져와야 한다.[레4:1-35] 만약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면 곡식가루 1/10에바를 가져와야 한다. 그 중에서도 번제단에 태워지는 분량은 극히 적은 한 움큼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한 움큼의 분량을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 움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전 제사법에서 언급하는 한 움큼(프티타)이란 1/10 에바에 제사장이 오른손을 소제물에 넣어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소제를 잡아서 들어 올린 분량을 의미한다. 그 양은 약 1-2g 정도밖에 안 되는 극히 적은 양이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작은 분량의 가루를 받으시고도 가난한 자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하나님께는 제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제물을 갖고 오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드리는 사람의 정성을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아니시며 그 양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마치 하나님이 제물의 양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으로 오해하도록 하면 안 된다. 하나님은 혹독하신 하나님이 아니시다. 자비로우시며 가난한 자의 마음과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시고 배려하시는 분이시다. 비록 죄를 지어서 속죄 제물을 가져오는 사람이지만 그의 가난함에 공감하시고 진정으로 회개하는 그 회개를 비록 한 움큼이라는 보잘것없는 분량이지만 그것을 받으시고도 만족해하시며 속죄를 감행하시는 분이시다.

 

2. 빨리 일터로 돌아가라

같은 소제라고 해도 가난한 자가 드리는 속죄 제물의 소제가 드려지는 시간이 가장 짧다. 그 의미에 대하여 유대 랍비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짐승으로 속죄 제사를 드릴 때는 제물을 가져온 자가 짐승에게 안수한 순간부터 제물의 조각들이 번제단에 태워질 때까지 모든 장면들을 보면서 확인해야 했다. 그러므로 짐승으로 속죄제물을 가져온 사람은 많은 시간동안 성전 마당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속죄 제물로써 곡식가루를 가져오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서 성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만큼 일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그가 먹고사는 문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가난한 자의 소제는 모든 제사의식 가운데서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드려진다. 그래야 그가 빨리 되돌아가서 이삭을 줍든 아니면 일을 하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성품은 아름다우시다. 그 백성들에게 제물을 강요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오히려 그 백성들의 아픔과 슬픔과 가난에 공감하시는 분이시다. 만약 하나님이 그런 성품을 가지셨다면 하나님의 백성 역시 그 성품을 본받아야만 한다. 가난한 자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